boring.

펄떡펄떡.

요즘 계속 뭐낙 트릿~~~ 하길래 어젠 작은 방에 있는 책장 구조를 확 바꿨습니다.

책장을 이리 저리 옮기고, 옷걸이를 여기 저기 옮기면서 구석 구석 청소도 하고, 책 배열도 바꾸고...

그러면서 아빠는 요리사나 못말리는 낚시광 같은 책도 새로 쫙 정리하고,

러프나 백귀야행 같은 책도 앞으로 내보내고, 구석에 짱박혀 있던 해와 달도 꺼내놓고 나니깐

아~~~

기분좋네요...


아침엔 오랜만에 실컷 걷고 달리면서 땀도 쫘~~~악 빼고 때도 밀고.. ㅎㅎㅎ

이 기분에 맥주한잔 척! 하고 걸쳐야 되는건데.


가끔 이렇게 지리멸렬한 하루 하루 속에서

먼가 펄떡이는 것 같은 날들이 있죠.




토요일 새벽, 아직도 한밤중... 차디 찬 겨울바람이 코끝을 휭하니 스치는 걸

무릅쓰고 지하철타고 기차타고, 보드 샵 차 얻어타고

도착한 보드장.

펼쳐진 시원한 눈밭에 눈앞에 낀 졸음도 확 가시고,

우두둑 우두둑 뻐근 묵지그리한 몸을 풀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부츠끈을 메고,

제일 첫줄에 서서 리프트를 타고,

아무도 밟고 지나간 흔적 없는, 방금 피클질 된 슬롶 위에 서서,

다그닥 다그닥 바인딩을 채우고,

앉아서 헬맷 두어번 툭툭 두르리고,

기지개 한번 쫙 펴고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나서,

아무도 없는 슬롶을 바라보고 있을때...





휴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방에 물하나, 간식하나 넣고 기어 최고로 올린 자전거 몰고,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들으면서

윙윙 달리다 보면 어느새 쑤욱.. 하고 한강이 눈앞에 보일때...





밤차를 타고 내려서

어두운 밤하늘 랜턴 빛 하나 의지해서

올라가던 새벽산행,

잠시 랜턴 다 끄고 바라보던 새벽 하늘의

쏟아지던 별빛과

고요함...





비오는 날.

비옷에 모자 쓰고, 반바지 입고,

운동화 질끈 묶고 달리다 이마에 흐르는 땀인지 비인지를 쓰윽 훌치며 지나갈때...




빈속에 들이킨 뻬갈 한잔이

식도를 지나 위장속으로 칼칼하니 쓰윽 훓고 지나가는게 느껴질때...

캬~~~




설렁설렁한날,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게 앞에서

소주한잔 쭈우욱 들이킬때...




비오는 여름날,

회사 뒷골목에서 동료들이랑

파전 한뭉탱이 입안에 몰아넣고 우걱우걱 씹다가

막걸리 한잔 벌컥 벌컥 들이킬때...




무더운 여름날

오후 3시부터 물한잔 안마시고 버티고 버티다...

6시 땡하자 마자 퇴근해서

목젖이 터져라 들이키던 생맥주 첫잔, 그것도 첫 모금...




기다리고 기다리던,

20세기 소년, 아빠는 요리사 신간이 나왔을 때...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 시~~~원한 똥을 봤을때...

ㅎㅎㅎ 변기 속에 척 들어있는 굵직한 그 놈을 볼때면... ^^;;;

그리고 뭔가 아래쪽에 묵직한게 빠져나가서 허..한 느낌이 들때...



이런 기쁨과 재미가 있기에...

울적하고 우울한 날들이 닥쳐와도 버틸 수 있는거 아니겄슴까.. ㅎㅎㅎ


간만에 청소하고,

운동하고,

목욕하고,

시원하게 일까지 보고 나니...

오랜만에 기분좋아 몇자 끄적여 봤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길...








-From 후추. 형석님 고마워요.



-- 펄떡펄떡이 필요해진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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