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ng.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마종기



'bor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  (0) 2010.01.10
생활.  (0) 2009.12.02
풀꽃  (2) 2009.10.06
그냥.  (1) 2009.09.04
서울.  (2) 2009.08.29
,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링크

카운터

Today :
Yesterday :
Total :